[야구]/[롯데]

2020 롯데 리뷰 #1 - 투수

와쿠이  2020. 11. 13. 20:32

[목차]

0. 간단평

1. 볼넷 감소

2. 구속 1위

3. 포크볼

4. 패스트볼

 


 

팀 기록

평균자책점 6위 (4.64)

피안타율 5위 (0.271)

피OPS 6위 (0.748)

 

장수 용병 브룩스 레일리를 보내고 아드리안 샘슨과 댄 스트레일리로 교체했다. 그 중 스트레일리는 가히 리그 탑클래스 활약. (194.2이닝 ERA 2.50 15승 4패, sWAR 7.53 2위.) 그가 없었다면 롯데는 또 전국단위 1차지명을 했을 것이다. 스트레일리는 8486최동원 96주형광 이후 처음으로 200탈삼진을 넘었다. 많이 던져서 그런게 아니다. 롯데 역사상 9이닝당 탈삼진이 가장 높은 선발투수다. (9.48개)

 

토종 선발진도 지난 2년보단 나아졌다. 박세웅(147.1이닝 4.70)은 2017년 이후 오랜만에 건강하게 완주했다. 1년을 쉰 노경은(133이닝 4.87)은 나이의 '-' 못지않게 휴식의 '+'가 있었을까. 참고로 노경은은 5개 이상 구종을 구사율 25% 이하 10% 이상으로 나눠던진 리그 유일한 투수였다. 첫 풀타임 선발을 다음으로 미룬 서준원(107.2이닝 5.18)은 획기적인 브레이크아웃이 필요해 보인다. 한편 시즌 전 트레이드했던 장시환(19년 125.1이닝 4.95)은 다행히 롯데팬들을 배 아프게 하진 않았다.(20년 132.2이닝 5.02)

 

하지만 1선발을 기대했던 샘슨(130이닝 5.40)의 공백과 부진이 뼈아팠다. 시즌초 부친상으로 대체 선발을 운영해야했고 황혼기의 장원삼(34이닝 7.68)으로는 역부족. 더군다나 여기서 감독 프런트 불화라는 나비효과가 터져버렸다. 복귀 후에도 줄곧 구속이 더뎌 부진하던 샘슨은 9월에야 구속을 찾고 ERA 4.13으로 버텨봤지만 이미 늦은 시점. 또다른 대체 선발 이승헌(36.2이닝 4.66)이 5월 17일 타구에 맞은 사고도 불운이었다.

 

불펜진은 성과와 아쉬움이 공존. 시즌초 '오진구원' 필승조가 꾸려지며 기대 이상으로 활약했지만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무너졌다. 뛰어난 탈삼진 능력으로 다른 투수들 똥을 치워줬던 박진형(42.2이닝 5.70 17홀드)이 연투에 취약해 가장 먼저 무너지자, 그만큼 이닝 할당이 늘어난 구승민(60.1이닝 3.58 20홀드)이 잦은 멀티이닝을 던지다 무너졌고, 이어 마무리 김원중(59.1이닝 3.94 25세이브)도 8무리를 하다 무너지고 말았다. 오현택(36이닝 3.75)은 애초에 완주할 건강이 못되었다.

 

그럼에도 전임 필승조 손승락(은퇴), 고효준(5.74), 진명호(7.18)가 모두 전력이탈한 상황에서 새롭게 재건해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특히 김원중은 통산 6점대의 망한 선발 유망주였음을 떠올려보면 불펜 전환이 성공적이다. 물론 블론세이브 1위(8개)로 한점차 승부 최약체 팀에 일조한건 개선해야한다.

 

무엇보다 이승헌, 최준용(29.2이닝 4.85), 김유영, 한승혁, 박명현 등 어느 때보다 많은 유망주들이 기대감을 던져주고, 이인복(45.1이닝 3.97), 김건국(31.2이닝 3.98), 김대우(49.1이닝 3.10) 등의 중고참들마저 전력감으로 살려낸, 롯데의 달라진 투수 디벨롭먼트는 인상적이었다.

 

한편, 롯데는 8월까진 팀 ERA 3위(4.57)였다가 순위가 떨어졌다. 그런데 9-10월 롯데가 4.77로 그리 무너진게 아님에도, 두산 KT NC가 치고 올라온 결과라는 점이다. 후반에 지친 투수들을 새 투수로 갈아끼우는 뎁스의 중요성을 새삼 느낄수 있는 대목.

 

 


 

1. 볼넷 감소

지난 4년간 롯데는 삼진과 볼넷이 모두 많은 전통이 있었다.

▲ 팀 9이닝당 삼진, 볼넷

2016 2위(7.17개), 2위(4.16개, 많은순)

2017 2위(7.66), 3위(3.34)

2018 1위(8.16), 1위(3.84)

2019 2위(7.31), 1위(3.87)

4년 통합 1위(7.58), 1위(3.80), 삼+볼을 이닝으로 나눈 PFR도 1위.

 

탈삼진이 많은건 좋다. 하지만 그 삼진을 잡으려고 지리한 유인구를 뿌리고, 패턴을 간파한 타자는 참아내고, 볼넷 내주고 경기 늘어지고. 보는 팬들 입장엔 고구마였다. 혹은 천장이 막힌 방향성.

 

그런데 올해 달라졌다.

2020 삼진 6위(7.06개) 볼넷 9위(3.15개)

PFR 1위 → 8위

삼진 감소보다 볼넷 감소가 더 유효해서 삼진/볼넷 1위(2.24)

스트라이크 비율 2위(63.5%). 덕분에 타석당, 이닝당 투구수가 줄었다. 2위7위. 만약 당신이 올해 '지루한 맛이 덜 하네' 라고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었다면, 그걸 숫자가 보여주고있는 것이다.

 

흔히 <삼진, 볼넷, 홈런>을 투수의 트루 아웃컴 Three True Outcomes 이라 부른다. 거의 투수 본인들 능력에 따라 만들어지니깐. FIP의 요소이기도 하다. 롯데는 올해 그 밑바탕을 많은 삼진이 아닌 적은 볼넷으로, 보다 바람직하게 바꿔냈다.

줄어든 탈삼진과 늘어난 인플레이 타구는 수비력 강화로 잡아내면서 상쇄하자는 방향성이 일치한다. 2군 퓨쳐스도 올시즌 볼넷율이 가장 적은 팀이 되어 방향성이 일치한다.

 

노병오 코치 "롯데 볼넷 줄이겠다…키움처럼"

sports.news.naver.com/news.nhn?oid=477&aid=0000219206

 

신임 투수코치 노병오는 시즌 전 본인의 목표를 실현시켰다.​ 어쩌면 올시즌 가장 과소평가 받은 롯데인이 아닐까?

 

 

 

2. 구속 1위

스탯티즈가 세부 자료를 제공해주는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롯데가 포심 평균구속 1위(143.7)를 차지했다.

알칸타라(151.6) 플렉센(148.8)처럼 반평균 올려주는 광속구 용병 없이도, 정성종(147.1) 장시환(145.9) 손승락(144.3)이 빠졌음에도, 1위로 올라섰다. 토종투수 위주의 팀 전반적인 현상이라는게 고무적이다. 심지어 볼넷은 줄이면서!

리그 평균 구속

MLB 2014 147.7 → 2020 149.8 (+2.1)

KBO 2014 141.0 → 2020666 142.3 (+1.3)

필자는 믈브가 그러하듯 크보도 구속 노하우를 먼저 갖추는 팀이 미래에 유리하다고 믿어왔다. 그런데 롯데가 드라이브라인과 피칭랩 효과를 보면서 의미있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내년 내후년이 궁금해지는 부분.

 

3. 포크볼

롯데는 2015년 이후 꾸준히 포크볼 구사율 1위 팀이었다. '삼진 집착으로 유인구 폭격'을 했다는 그 유인구가 주로 포크볼.

※ 사실은 포크볼이 아니라 스플리터다. 현대 야구에서 찐포크볼은 거의 멸종했다. 세계 최고의 포크볼러라는 다나카 마사히로조차도 스플리터다. 하지만 그냥 편의상 포크볼이라 부름 ;

올시즌도 여전히 구사율 1위(10.8%) 팀이긴 하다. 박진형(47%) 구승민(40%) 김원중(27%) 필승조 셋이 고인물.

그런데 어린 투수 중에는 포크볼 계승자가 없다. 이승헌 서준원 최하늘은 오프스피드 피치를 체인지업으로 가고있고, 슬라이더를 주구종 삼으려는 투수도 많다. 박세웅마저도 체인지업으로 갈아탈 조짐.

이상목부터 시작해 손민한 송승준 조정훈을 거치며 팀의 문화와도 같던 포크볼. 하지만 한계와 부작용 또한 확실히 보았다.

닮은 유형 반복으로 인한 단순화

우타 상대 바보

몰리면 배팅볼

이제는 여기에 변화를 주려는 구단 차원의 움직임이 아닐까?

 

4. 패스트볼

롯데의 투수 코디네이터이자 R&D팀 디렉터인 조쉬 헤르젠버그의 SNS에 올라온 내용.

 

- 2020 롯데 투수진의 크보 랭킹 -

포심 평균 구속 1위

삼진%-볼넷% 1위

투수 WAR 2위

FIP+ 2위

Whiff%(스윙 중 헛스윙%) 2위

SwStr%(모든 투구 중 헛스윙%) 2위

패스트볼(포심+투심) 활용도 10위

스탯티즈 계산도 그러하다.​ 직구+싱커 구사율 두산 59.0% SK 57.6 키움 56.1 기아 54.1 KT 52.9 삼성 52.4 LG 51.6 NC 50.8 한화 49.7 롯데 46.1%

'패스트볼 비율이 낮다' 사실 이 자체로는 잘못됐다 잘했다 말할 수 없다. 지금 메이저리그는 패스트볼 비중을 줄이는게 트렌드다. 다만 크보에 똑같이 적용해 평가할 수는 없다. 거긴 투심 투수들 망했는데 여기는 흥하는걸 봐도. (브룩스 윌슨 요키시 루친스키 등.) '패스트볼을 좀 더 많이 던졌으면 좋겠다' 는 헤르젠버그의 요구는 다음 시즌 롯데에게 어떻게 적용이 될까.